자동차ㆍ건설부문 녹색철강 비용 크지 않아...선박은 11% 가격 상승
한국, 녹색철강 보조금 2685억원 그쳐...주요 철강생산국 5국 중 '꼴찌'
포스코, 수소환원제철 개발에 1조 9000억 필요...정부 보조 달랑 269억

[ESG경제신문=김연지 기자] 그린수소환원제철을 통해 생산된 ‘녹색 철강’으로 승용차를 만든다고 할 때, 한국의 승용차 1대당 추가적으로 지불해야 하는 녹색 프리미엄 비용은 약 237달러(31만9950원)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녹색철강으로의 전환이 확산되는 글로벌 산업 흐름에서 조강량 세계 6위인 한국은 경쟁국들에 비해 초라한 수준의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글로벌 효율성 인텔리전스(Global Efficiency Intelligence), 트랜지션 아시아(Transition Asia), 기후솔루션은 지난 3일 발간한 ‘녹색 철강 경제학: 세계 그린수소환원제철과 전통 제철의 경제성 비교' 보고서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철강산업은 전세계 온실가스 7% 이상,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1%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고배출산업이다. 한국의 철강 산업도 연간 약 1억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16.7%를 차지한다.
보고서는 철강 산업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자동차 ▲건설 ▲선박 부문에 대해 수소환원제철 철강을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추가 비용, 즉 녹색 프리미엄을 분석했다.
자동차 1대당 30만원의 비용 상승…선박은 평균 11% 비용 상승
세계 철강 수요의 12%를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의 경우, 그린 수소가 kg 당 5 달러일 때 철강 1톤당 약 263달러(36만 원) 정도의 비용이 부가된다. 승용차 한 대에 평균 0.9톤의 철강이 사용된다고 가정하면 그린 수소가 kg 당 5달러일 때 녹색 프리미엄 가격은 승용차 1대당 약 237 달러(31만 9950원) 정도이다.
한국의 평균 승용차 가격은 5000만 원으로 녹색 철강을 100% 사용한 승용차를 생산하면 전체 1% 미만의 가격이 상승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그린수소 비용이 kg 당 1.4달러(1889원) 이하로 내려가면 녹색 프리미엄은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보고서의 저자 중 한 명인 김다슬 연구원은 "철강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때 자동차 1대당 추가 비용은 30만원이거나 또는 그린 수소 가격에 따라 추가 비용이 들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수소환원제철 기술로 철을 생산한다 하더라도 사실상 비용 부담이 크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건설 산업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경우 그린수소 가격이 kg 당 5달러일 때 50㎡(약 15평) 규모의 공동주택 한 세대를 짓는 데 약 658달러(88만8300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하지만 해운 산업의 경우 선박의 95% 이상이 철강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자동차와 건설 산업에 비해 비용 상승폭이 크다. 선박 건조 비용은 같은 기준으로 선박당 약 350만 달러(47억 2500만 원)의 녹색 프리미엄이 발생하며, 이는 한국 선박 가격의 약 11.6%가 상승한 수치다.
독일, 철강 생산량 한국 절반 수준인데 정부 지원금은 '38배'

문제는 자동차 산업은 물론 건설, 선박 산업에 사용할 녹색철강 생산량이 전세계적으로 많지 않다는 점이다. 많은 철강 생산 국가들이 수소환원제철 기술의 개발 및 상용화를 통해 철강산업 내 배출량을 감축하고 보다 친환경적인 철강 생산 공정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녹색 철강으로의 전환하기 위해서는 그린 수소환원제철 기술의 재무적 리스크를 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철강 제조기업들은 공공 및 민간 자금을 모두 활용해 수소환원제철 사업 자금 조달에 매달리고 있다.
기후솔루션은 주요국(일본, 미국, 독일, 스웨덴, 한국 등 5국)의 녹색 철강에 대한 정부 지원금 총액 및 생산량 비교를 통해 한국의 빈약한 정부 지원금 문제를 꼬집었다.
스웨덴의 친환경 철강 기업 H2그린스틸(H2 Green Steel)은 지난해 민간 자본에서 15억 유로(약 2조2500억 원), 부채조달로 40억 유로(6조 원) 이상을 확보하고 EU 혁신펀드로부터 2억 5000유로(약 3750억 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유사하게 아르셀로미탈의 독일 프로젝트가 전기로 및 수소환원제철 설비 건설 목적으로 유럽위원회의 회복·복원력 기금(RRF)으로부터 13억 유로(약 1조 9500억 원)를 지원받았다. SSAB, LKAB, Vattenfall이 참여한 스웨덴의 HYBRIT 이니셔티브는 스웨덴 에너지청으로부터 31억 크로나(약 4020억 원)의 지원금을 따냈다. 미국 에너지부는 지난 6월 미국 내 2개의 수소환원제철 사업에 10억 달러(약 1조3500억 원)를 지원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기준 조강 생산량 약 6700만톤으로 조강 생산량 세계 6위, 수출량 세계 3위의 한국은 저탄소 철강 생산 기술 개발을 위한 보조금 총액이 약 2685억 원에 불과하다. 독일의 경우, 생산량은 한국의 절반 수준이나, 약 38배의 정부 예산을 투입하여 철강 산업 탈탄소화를 추진 중이다.
지난 6월 기후솔루션이 진행한 철강 생산 주요 5국의 녹색 철강에 대한 정부 지원금 총액 및 생산량 비교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철강 생산량은 비교대상국들 중 3번째로 높으나, 철강 산업의 탈탄소화를 위한 공공 지원금의 규모는 가장 낮았다.
특히 국내 철강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포스코(POSCO)는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렉스(HyREX)를 통해 자체 그린 수소환원제철 공정을 개발 중에 있다. 포스코 발표에 따르면, 2030년까지 하이렉스 기술 개발 및 100만톤급 실증설비 구축에 약 1조 800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되지만, 이를 위해 현재까지 확정된 정부 지원 예산은 269억 원(2023년-2025년)에 불과하다.
포스코는 하이렉스 기술 개발 및 설비 전환을 위한 비용뿐만 아니라 2050년까지 포스코의 탄소중립 이행에 전체 약 40조의 전환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개최된 제1차 ‘산업부문 탄소중립 정책협의회’에서 이승렬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실장은 “철강·알루미늄 산업은 국제 탄소규제의 주요 대상 업종인 동시에 공급망 내 다른 철강 수요 산업의 탄소중립에도 파급효과가 높은 국가 기간산업”이라며 “정부는 철강부문의 핵심기술(수소환원제철) 개발과 세제·융자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지원 규모와 방식에 대해서는 밝힌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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