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저서 ‘대한민국 금융의 길을 묻다’ 발간
”중소기업 탈탄소전환 인센티브 필요“

[ESG경제신문=이신형기자] IBK 기업은행의 한 ESG 업무 담당자는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기후금융 토론회에서 기업은행이 국책은행 중 유일하게 금융배출량을 공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은행은 공시 도입과 함께 금융배출량을 포함한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세웠다. 기업은행의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윤종원 전 행장의 노력과 의지가 있었다.
윤 전 행장은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과 국제통화기금(IMF) 상임이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청와대 경제수석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엘리트 경제관료 출신이다. 한국의 엘리트 경제관료들은 대체로 기후변화나 지속가능성 이슈에 대한 관심이 덜한 편이다.
윤 전 행장이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지속가능성 정책(ESG 정책) 중에서 핵심적이면서 난제에 속하는 지속가능성 공시에 이처럼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이 눈에 띄는 이유다.
또한 모두가 지속가능성 경영을 내세우고 있지만, 구색을 갖추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지속가능성 공시는 가급적 뒤로 미루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경영인도 많다. 하지만 윤 전 행장의 행보는 이런 태도와도 거리가 멀다.
금융배출량 산정 방식 ”추상적으로 느껴져“
윤 전 행장은 최근 발간한 저서 ‘대한민국 금융의 길을 묻다’에서 ”은행 탄소중립은 직접 및 간접배출(스코프 1, 2 배출량)이 대상이라 상대적으로 단순“했으나, ”기타 간접배출까지 포함하는 금융자산 탄소중립 방안 마련은 훨씬 복잡하다“고 썼다.
기후공시는 탄소중립 달성에 필수적이다. 기업은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강화하는 한편, 기후 관련 위험과 기회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금융기관은 제조업과 달리 직접 배출량이 많지 않아 간접배출에 해당하는 금융배출량과 촉진배출량이 온실가스 감축 성과를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금융배출량(financed emission)은 금융기관이 대출 투자, 보험 등을 제공하면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간접 배출량을 뜻한다. 촉진배출량(facilitated emission)은 금융기관의 증권 인수나 자문 활동과 관련된 배출량이다. 하지만 금융기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평가하고 공시하는 기준을 개발하는 탄소회계금융협회(PCAF) 등이 아직 촉진배출량 산정 기준을 내놓지 못해 소수의 글로벌 금융기관만 이를 공시하고 있다.
윤 전 행장은 ”국제 방법론을 원용해 금융자산 배출량을 측정“했다고 밝혔다.
금융기관 탄소배출량 산정에는 PCAF가 제시한 방법론이 주로 사용된다. PCAF는 ▲상장 주식 및 회사채 ▲기업 대출 및 비상장주식 ▲프로젝트 파이낸스 ▲상업용 부동산 ▲모기지 ▲자동차 금융 ▲국채의 7가지 유형으로 금융배출량 측정 대상 자산을 구분하고 있다.
금융기관은 먼저 보유 금융자산을 PCAF 기준에 따라 분류하고 PCAF에서 제공하는 자산별 금융배출량 산정식에 따라 금융배출량을 산출해 공시한다.
윤 행장은 ESG경제에 금융배출량을 산정할 때 추정치를 공시해야 하는 게 쉽지 않았고 ”산정 방식이나 과정이 와 닿지 않았다“며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탈탄소 전환에 인센티브 필요
윤 전 행장은 금융배출량 탄소중립 달성은 국가 전체의 탈탄소 전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은행이 노력해서 탄소 절감 설비투자를 유도하는 것도 있지만, 국가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탈탄소화를 추진하느냐에 따랴 영향을 받는다“는 설명이다.
그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규제를 받지 않아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 제공을 요구 받는 글로벌 기업의 공급망에 속한 기업이 아니라면 탈탄소 전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점도 금융배출량 감축 활동에 애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자금 사정이 넉넉지 못해 ”중소기업의 탈탄소 전환에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한국은행이나 금융당국이 저리의 자금 제공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전 행장은 저서에서 ”중소기업의 탄소배출량은 전체의 15%, 산업 부문의 30%를 차지하고 있다“며 ”중소기업의 녹색 전환이 없으면 국가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고 은행도 금융자산 탄소중립 목표를 이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직 중 글로벌 투자은행 대표와의 일화를 소개하며 글로벌 은행의 탄소중립 대응도 완전치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022년 IMF 연차총회에서 면담한 투자은행 대표에게 금융배출량 넷제로 방안을 물었는데 ”대답이 궁했다“고 전했다.
그는 ”금융기관 탄소 감축의 상당 부분이 정부의 에너지 전환에 따른 것이며 배출량 측정이나 녹색금융이 배출량 감축으로 이어지는 경로에 불확실성이 크다“며 ”어떤 수단으로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할지에 대해 깊이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캐나다, 은행·보험사 금융배출량 공시 의무 3년 연기
- 글로벌 대형은행 절반, '50년 넷제로 부합 금융배출량 목표 설정
- ISSB, 촉진배출량‧파생상품 배출량 공시 제외 안건 상정
- 금융위, ‘금융배출량 플랫폼' 구축…녹색여신 관리지침 제정
- “기후금융, 기후공시 도입 없이 확대되기 어려워”
- 한은 "금융배출량에 집약도 포함하고 ESG공시 조속 확정해야"
- [ESG경제 포럼] 신한금융, 내년부터 전환금융 배출량 공시
- 기후변화에 무심할 수 없는 한은, 쓸 수 있는 신용정책 뭐가 있나
- 한은, ‘50년 탄소중립 달성해도 금융기관 기후리스크 손실 26.9兆
- SBTi, 잔류배출량 상쇄에 탄소제거 크레딧 허용...스코프3 유연화
- 국내 은행 기후 신용손실, 고탄소 제조업‧자연재해 민감업 집중
- 유럽 은행들 매각 화석연료 자산, "美 월가로 흘러들어가"
- [기업브리핑] 한국은행, 은행·보험사와 ‘기후리스크 측정기법’ 공유
- 기후 싱크탱크 3곳, 새 정부에 기후금융 10대 정책 제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