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간 갈등 커질 때 마땅한 중재자 찾기 힘들어
지자체가 지역 이기주의에 매몰되는 사례 많아 폐해

지자체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현장이다. 진정한 민주국가에서는 중앙 정부뿐만 아니라 지자체까지도 민주주의 정신이 배어 있고 민주주의가 실천되어야 한다.
지자체를 이끄는 지자체장은 지역 행정의 최고 책임자이다. 그는 지역민을 위하는 목민관(牧民官)임과 동시에, 중앙 정부와 지역을 연결하는 소통관(疏通官)이기도 하다. 그의 결정에 따라 지역이 미래로 나아가느냐, 아니면 과거와 현재에 발목 잡히느냐가 갈릴 수 있다.
<ESG경제 특별취재반>이 찾아간 전국 지자체는 지자체장의 ‘언행과 의지’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연출했다. 지역 주민과 협력해 안정적인 행정을 펼치는 곳이 있는 반면, 지자체장의 독단과 독선으로 지자체 이미지마저 실추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지자체 ESG 가운데 ‘G(governanace, 지배구조)’가 취약한 경우도 상당수 발견됐다.
“지역에서는 지자체장이 황제나 다름없어요. 선출직인 지자체장이 인사권과 예산권에 인허가권까지 모두 틀어쥐고 있으니까요. 그의 뜻에 따라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고...결국 지자체장이 얼마나 민주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지, 소통과 협력의 의지가 있는지에 따라 지자체 행정이 크게 달라집니다. 전임자와 후임자의 행정 연계가 잘 된 곳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많지 않고요. 그런 면에서 지자체 의사결정 과정의 거버넌스는 매우 취약하다고 볼 수 있지요.”
광역지자체의 고위직을 담당했다가 내년 총선을 준비 중인 한 인사는 지자체 현실을 이렇게 설명했다.

#지자체장이 지역 주민의 뜻과 멀어지는 지자체
홍준표 대구광역시장과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국회의원 시절 ‘과격한 언행’으로 전국적인 주목을 받은 정치인들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방송에 출연해 ‘지방소멸’이라는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대구나 광주 모두 전통적인 섬유산업과 경공업이 쇠퇴하면서 인구 유출이 타 시도에 비해 심한 편이라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처지였던 것.
지난해 11월 25일에는 광주광역시청에서 두 사람이 만나 영호남 상생 발전을 위한 협약인 "달빛동맹 강화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대구와 광주를 잇는 달빛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에도 힘을 합쳤다. 달빛고속철도는 총연장 198.8㎞로 대구(서대구)~경북(고령)~경남(합천·거창·함양)~전북(장수· 남원·순창)~전남(담양)~광주(송정) 등 6개 광역 지자체와 10개 기초 지자체를 경유한다. 그렇지만 최근 두 사람의 행보에서는 지역발전을 위한 ‘절실한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홀로 행동하는 사람'을 뜻하는 '독고다이'로 불린다. 그는 자신을 이렇게 부르는 것에 대해 “내가 특이한 게 아니라 한국 정치판이 비정상”이라고 비판했다. 그렇지만 대구에서 만난 지역 정치권 인사는 “독고다이 별명이 어디 갑니까?”라고 반문했다.
홍준표 시장이 지난해 7월 취임한 이후 지역사회를 가장 술렁이게 한 사안은 대구시 숙원사업으로 꼽히는 ‘대구시청 신청사 건립’의 중단 사태. 대구시와 대구시의회‧달서구가 대립하면서 벌어진 일이지만, 지역 정가에서는 사실 홍준표 시장과 대구시의회‧달서구가 충돌한 사안으로 보는 게 정확한 진단이라고 설명했다.
대구광역시청의 용량 부족은 직할시 시절부터 심각했다. 대구시청은 현재 동인청사와 산격청사로 나뉘어 있는데, 시내 중심에 있는 동인청사의 경우 기자가 찾았을 때도 매우 비좁아 보이고 혼잡스러웠다. 정해용 전 대구광역시 경제부시장은 "대구의 품격에 맞는 청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고 설명했다.
협소한 청사 문제는 2019년 12월 달서구 옛 두류정수장 부지로 신청사 설계 건립 및 이전이 확정됐다. 그랬다가 지난해 지방선거 때 당시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대구시청은 중심부에 있어야 한다. 시청 이전이 과연 그리 급한 업무인가”라고 주장해 논란이 됐다가 지방선거 이전인 지난해 4월 홍 의원이 “대구시청 이전은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혀 일단락되는 듯했다.

협소한 대구시청사 문제, 홍준표 시장 취임 후 갈등 커지며 해결 안돼
문제는 홍 시장의 취임 이후 불거졌다. 당초 대구시는 2021년까지 설계를 완료하고 2025년에 신청사를 준공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입지 선정 이듬해인 2020년 2월 코로나19로 시가 모아둔 1,765억 원 상당의 신청사 건립 기금 대부분이 긴급재난지원금 등에 쓰이고 최초 3,300억 원가량으로 추산한 신청사 건립 기금도 자잿값이 오르면서 4,500억 원으로 늘어났다. 대구시 측은 “예산이 부족하니 신청사 부지 일부를 팔아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고, 대구시의회‧달서구는 “부지 매각은 안 된다”며 맞섰다.
홍 시장은 “돈이 하늘에서 떨어집니까? 대구시 채무가 2조 4,000억이 넘어가고 이자도 상당한데, 놀고 있는 땅 좀 팔자 했더니 안 된다는 게 말이 됩니까?”라며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반면에 달서구 측은 원안대로 이전되면 4,415억 원 상당의 경제 유발 효과와 4,670명 규모의 취업 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하며 맞서는 상황이다.
홍 시장은 과거 경남도지사 시절이던 2013년 5월29일 서부경남 공공의료를 책임지던 경남도립 진주의료원을 강제폐원시킨 전례가 있다. 대구시 행정도 맡은 경험이 있는 한 인사는 “홍 시장이 협치보다는 독단으로 행정을 하다 보니 지역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매우 크다. 게다가 툭하면 시정은 뒷전이고 중앙 정치에 훈수를 두거나 중앙 정치권을 향해 뒷담화나 해대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전했다.

광주광역시 ‘정율성 사업’ 공방 확전…“남침 참여자 도로명, 韓정체성 부인”
광주광역시는 ‘정율성 사업’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뜻있는 시민들은 광주 시정이 ‘정쟁의 늪’에 휘말리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한다.
행정안전부는 최근 광주시 남구 양림동 일부 도로에 부여된 ‘정율성로’의 도로명을 변경할 것을 광주시 남구에 시정 권고했다. 행안부는 “6·25전쟁을 일으킨 적군의 사기를 북돋고 적군으로 남침에 참여한 인물을 찬양하기 위한 도로명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인하고,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그 유가족의 영예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권고 이유를 설명했다.
정율성로는 광주시 출신 중국 음악가인 정율성의 업적을 기리고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고자 2008년 당시 남구청장이 부여한 도로명이다. 그는 중국 3대 작곡가로 꼽히지만, 한국전쟁 당시 대한민국에 총부리를 겨룬 북한 조선인민군과 중국 인민해방군의 행진곡을 작곡한 인물이기도 하다.
행안부에 앞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도 “정율성이 작곡한 ‘팔로군 행진곡’, ‘조선인민군 행진곡’ 등이 6·25전쟁 당시 중공군과 북한 인민군의 사기를 북돋기 위한 군가로 쓰였고, 정율성은 남침에 직접 참여한 적군”이라며 광주시에 정율성 관련 사업 일체를 중단하도록 권고했다. 보훈부는 광주시가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지방자치법 제188조에 따라 즉각 시정명령을 내리겠다고도 했다.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사업 강행 방침을 재확인했다.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 등 기념사업은 지방자치단체 자치사무이며, 1988년 노태우정부 때부터 35년간 지속돼 온 한중 우호교류 사업으로 위법한 사항이 없다는 것. 광주시는 동구 불로동 정율성 생가를 복원하고 정율성 역사공원 조성과 동요제 개최 등도 추진 중이다.
그렇지만 지역발전을 원하는 상당수 광주시민들은 ‘중앙정부와의 충돌’을 반기지 않는 모습이다. 광주광역시 이미지가 자칫 ‘민주주의 성지’에서 ‘이념에 매몰된 도시’로 고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 이익만 앞세우며 국익과 법치를 훼손하는 지자체
지자체장이 자신의 인기만 고려해 지역 현안만 챙길 경우 결과적으로 국익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지자체장이 지역우선주의에 매몰되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120조 원이 넘는 투자가 이뤄지는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 사업’과 관련한 이충우 여주시장의 행태. 그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직후 마무리 단계에 있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 관련 인허가 절차를 중단하라는 취지로 실무진에게 지시했다. 사업 시행사는 법적으로 갖춰야 할 인허가 요건을 모두 충족한 뒤 시의 결정만을 기다리던 상황이었다.
SK하이닉스가 120조 원, 정부가 2조3000억여 원을 투자할 예정인 이 사업은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에 반도체 기업들이 모인 산업단지를 만드는 것. 예상대로라면 1만7000명 이상의 일자리가 생겨나고, 188조 원의 부가가치를 유발하는 국운이 걸린 사업이다. 문제는 산단 가동을 위해 공업용수를 필요한데, 이를 위해 남한강에 관로를 설치하려면 남한강을 관할하는 여주시의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
이충우 시장은 정부에 상생 방안이 필요하다며 국토교통부에는 ‘자연보전권역’으로 지정된 여주시 일부 지역을 개발이 자유로운 ‘성장관리권역’으로 조정할 것을, 경기도엔 여주시를 ‘K-반도체 벨트’에 포함해줄 것을 요구했다. 여주시 숙원 사업을 해결해줘야 국책사업을 위한 인허가에 협조하겠다는 것. 이 시장은 지난해 11월 여주시에 산단을 조성한다는 약속을 받은 뒤에야 인허가를 내줬다. 이 시장의 ‘지나친(?) 지역 챙기기’에 사업 시행사는 공사비와 대출 이자 등 한 주에 17억 원이 넘는 손해를 봤다.
강수현 양주시장은 적법하게 건축 허가를 받은 양주 옥정신도시 물류센터 건설 사업에 대해 신도시 입주 예정자들이 “집값이 떨어질 수 있다”는 민원을 넣었다는 이유를 들어 건축 허가 신청을 반려했다. 양주시는 지난해 11월 뒤늦게 인허가를 내줬다. 시장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시행사는 매달 6억7000만원 가까운 손해를 입었다.
수도권의 여러 지자체에서는 점인 지자체장이 야심 차게 추진한 개발 프로젝트가 후임자에 의해 백지화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후임자가 자신에게 ‘정치적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사업을 좌절시키는 것. 국익에 도움이 되는 이런 프로젝트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주민 의견을 우선으로 삼는 좋은 거버넌스를 보인 지자체
경남 창원시에 위치한 경남도청 본관을 둘러봤을 때 퍼뜩 눈에 띄는 팻말이 있었다. 어떠한 신원 확인도 거칠 필요가 없는 1층 복도에 ‘장애인복지과’라고 쓰인 곳이 있었다.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의 동선을 고려한 ‘따뜻한 배려심’이 돋보였다.
장애인복지과 맞은 편에는 도민들이 책을 읽고 차나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휴식공간이 자리 잡고 있었다. 휴식공간의 이름은 어르신·청년·장애인이 함께 운영하는 실버카페 ‘카페우리’. 카페우리는 광역지자체 최초로 청사 내 시설을 활용한 상생 일자리 나눔카페이다. 기존 사업과 달리 노인일자리 어르신 8명과 매장을 관리할 청년인턴 1명 그리고 장애인 인턴 1명으로 구성·운영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카페우리는 어르신에게는 재도전을, 청년에게는 재도약을, 장애인에게는 재발견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우리(U-RE, 너에게-다시)’라는 의미가 있다. 여기에는 카페우리와 도 직원, 도를 방문하는 민원인 ‘우리’가 함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해가고자 하는 의지도 담고 있다. 간단한 시설 하나부터
홍준표 시장이 도정 최고책임자를 지낸 적이 있는 경남은 박완수 도지사의 지휘 아래 ‘조용한, 그러면서도 내실 있는 도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다. 안정적인 도정의 배경에는 도민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한 ‘풀뿌리 민주주의’ 실천이 있다.

매월 열리는 경남도민회의, 지역발전 계획에 주민 참여 확대해 호평
경남도는 올해 1월부터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에 ‘경남도민회의’를 열고 있다. 9월에는 추석 연휴로 인해 부득이 열리지 못했으니 올해만 총 8번 열린 셈이다.
경남도민회의의 목표는 도민을 위한 행정 구현. 박완수 도지사가 주재하며 회의마다 10여명의 도민이 참석해 그달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한다. 지난 1월 '2023년 새해 도민과의 대화'라는 주제로 처음 출발해 '관광·문화·예술·체육(3월)‘부터 '복지·가족(4월)’, '도민의 안전한 일상(7월)‘, '가족의 꿈이 실현되는 경남(8월)’ 등 다양하고 시의성 있는 내용을 다뤘다.
참석자들은 도청 홈페이지에 올린 주제를 보고 참여를 희망하는 도민들의 신청을 받거나 주제를 잘 알거나 화제가 된 도민을 담당 부서에서 연락해 꾸린다.
지금까지 총 104건의 제안이 있었으며, 그중 80여 건은 도정에 반영돼 소관부서에서 추진 중이다.
지금까지 가장 큰 성과는 지난 5월 김해·밀양·양산 시민들이 참석하는 '찾아가는 도민회의'를 통해 한층 업그레이드가 이뤄진 ‘동부 경남 발전 계획’. 부산과 가까운 이들 지자체에는 경남 인구의 약 30%인 100만여 명이 거주하지만, 그동안 생활 기반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부산으로 치우친 양산 교통망 문제 ▲농촌 인력난에 따른 외국인 계절노동자 숙소 지원 ▲소아 응급의료기관 확대 등 현실에 꼭 필요하고 도민들의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정책들을 지적하고 제안했다. 당시 회의에서 청년 농업인 커뮤니티 활성화 지원 사업'이 시·군별로 한정돼 있어 광역단위 청년 농업인 네트워크 구축에 계가 있다는 지적이 일자, 경남도는 즉각 광역단위 사업이 가능하도록 지침을 개정했다. 경남도는 당시 제안된 내용을 토대로 김해·밀양·양산시와 함께 ‘동부 경남 발전 계획’을 마련, 지난 9월 7일 박완수 경남지사가 이를 직접 발표하기도 했다.

용인시, 주민참여예산 사업 23건 확정…내년 예산안에 반영해 눈길
용인은 107만 명의 인구를 자랑하는 특례시다. 앞으로도 반도체 단지가 들어서는 등 개발과 발전의 여지가 대단히 많다. 그래서인지 과거 개발사업과 관련해 여러 정치인이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렸다.
용인시는 이와 관련 최근 주민이 참여하는 사업을 대폭 늘리고 있다. 지자체 행정이 ‘지자체장 독단’으로 흐르지 않고, 주민과 함께 호흡하고 주민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는 의미다.
내년 예산안에 반영할 주민참여예산 사업 가운데 주민 발의 사업이 확정된 것은 모두 23건. ▲중소기업 기숙사 임차비 지원 ▲수지구 하천 자전거 도로 개보수 ▲동백지구 가로수 경계석 정비 사업 등 대표적이다.
용인시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주민이 신청한 사업 160건 가운데 중복되거나 타 기관 소관 사업을 제외한 95건을 대상으로 담당 부서가 주관하는 사업 타당성 및 사업비 적정성을 검토했다. 이어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23건을 최종 선정했다.
용인시는 앞으로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심사 결과(70%)와 온라인 주민투표 결과(30%)를 합산해 사업 우선순위와 예산 배정 규모를 결정한 뒤 오는 12월 시의회 의결을 거쳐 결과를 공개할 계획이다.
용인시측은 "주민참여예산은 주민이 시정에 직접 참여해 협치를 실현하는 차원에서 마련한 제도로 시민이 필요한 사업을 직접 발굴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자체간 갈등을 풀어낼 방안이 마땅치 않다
TK(대구·경북) 지역의 최대 관심사는 대구경북신공항이다. 공항 위치는 대구광역시로 편입된 군위군 소보면과 경북 의성군 비안면에 걸쳐 있다. <ESG경제>가 찾아간 신공항 입지의 하천 제방에는 ‘하늘로 세계로 비안면’이라는 큼지막한 슬로건이 새겨져 있었다. 비안면 사무소에 있던 부동산 중개업소의 상호는 ‘의성신공항 공인중개사’였다. 대구경북신공항에 대한 기대감과 열기를 느끼게 해주는 모습이었다.
대구경북신공항은 활주로 2본(2,744m·너비 60m, 2,744m·너비 45m)을 건설해 단거리 뿐만 아니라 중장거리 항공편이 취항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인근 구미국가산업단지의 화물을 수송해 연 이용객 1,000만명, 연 화물수송 10만t, 연 운항횟수 8~9만 회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구, 경북, 군위군, 의성군 등 관련 4개 지자체는 수차례에 걸쳐 대구경북신공항의 성공적 건설을 위한 화합을 다짐했다. 올해 4월28일 군위군의 한 음식점에서 모였을 떼, 에어시티 중심은 의성이 되도록 해 의성이 손해 보는 일은 절대로 없도록 하고 모든 부분은 대구시-경상북도가 상의·협의해 결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군위는 대구로 편입되어 혜택을 봤으니까 오히려 의성 쪽에 더 할 수 있는 걸 좀 더 하는 게 좋겠다고 협의했다”며 “도로를 제외하고 접근로 등이 13조 원이 넘는다. 공단과 관광단지 조성 등을 하면 의성 지역도 약 4조 원 이상 투자되기 때문에 의성은 지금보다 훨씬 더 새로운 도시가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화물터미널 위치를 두고 대구시와 의성군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대구시는 여객터미널이 들어서는 군위군에 화물터미널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의성군은 공항 물류단지가 예정된 의성에 화물터미널이 들어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갈등은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대구 민간공항 이전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 결과에서 약 1만㎡ 규모의 신공항 화물터미널을 의성이 아닌 군위에 배치한다는 계획이 공개된 데 따른 것. 의성군은 “공동합의문에 따라 항공물류 활성화를 위해 화물터미널과 물류단지를 의성군에 배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가 민항터미널 등 돈 되는 건 다 가져가는 반면, 의성은 소음만 남는 빈 껍데기가 된다는 것.

대구경북신공항, 화물터미널 위치 놓고 대구-의성(경북) 충돌...감정 싸움 될까 우려
공동합의문은 군위군의 대구시 편입 등이 담긴 대구시·경북도·군위군·의성군이 맺은 4자 간 협약. 군위군에는 여객터미널을, 의성군에는 항공물류관련 산업단지와 종사자 주거지 건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의성군은 항공물류 관련 산업단지에 화물터미널이 포함돼 있다고 봤다.
반면 대구시는 2020년 민간공항 터미널과 군 영외관사 등은 군위군에 짓기로 당초 합의됐으며, 합의문에 나오는 ‘민간공항 터미널’에 화물터미널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공항시설법상 화물터미널은 여객터미널과 안전시설 등과 같은 공항시설로 공항에서 떨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홍준표 시장은 “(신공항 건설은)문서로 서로 사인까지 한 처지에 이걸 뒤집자는 것은 어려운 문제”라고 했다. 반면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인천공항 화물터미널과 물류단지를 방문한 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물류단지와 물류터미널은 인접해 있어야 효율적”이라며 대구시의 주장을 우회적으로 반박했다.
설상가상 격으로 대구와 의성간 갈등에 김장호 구미시장이 끼어들었다. 김 시장은 "제가 경북도 신공항 추진 TF 반장을 역임하던 당시 민간공항 터미널은 군위에, 항공 물류 관련 시설은 의성에 균형적으로 안배하는 것이 합의문의 취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여객, 화물터미널 모두를 대구에 두겠다는 건 합의문 취지를 벗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거친 입의 대명사’ 홍준표 시장이 즉각 김장호 구미시장을 향해 “그 입좀 닫아라. 어디 감히 대구경북 100년 사업까지 분탕질 치러 드느냐. 그만 자중하라. 자기가 한 짓만큼 그 업보가 돌아가는 게 세상 이치다"라고 발끈했다.
대구경북신공항을 둘러싼 갈등은 과거 ‘가덕도 신공항’을 놓고 ‘TK(대구경북) 대 PK(부산경남)간 충돌’을 떠올리게 한다. 지자체 간 갈등이 치열해질 경우 중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중앙 정부가 나설 수도 있으나, 어느 한쪽이 조금이라도 서운함을 느끼면 정치적으로 크게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화합과 통합의 거버넌스 구축’이야말로 지자체의 ESG 가운데 가장 힘든 과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특별취재반=김광기ㆍ홍승일ㆍ이신형ㆍ김상민ㆍ권은중ㆍ이가은 기자, 손종원ㆍ허창협 연구위원, 오대영 가천대 교수
ESG 전문미디어인 <ESG경제>는 ‘대한민국 지방정부 ESG 정책 및 행정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전국 현장 심층취재 시리즈를 10~11월 두달 간 게재한다. 이를 위해 취재팀은 17개 광역시도 시청과 도청, 모범이 되는 기초지자체와 사업현장을 방문해 성공사례를 모았다.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한 ESG행정이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도 따져봤다. 지자체 기관장 및 ESG책임자 인터뷰은 물론 일본 지자체 현지 취재 등을 통해 우리나라 지자체 ESG행정의 올바른 방향타를 제시하고자 한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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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11월4일 15시 ~ 17시 양주옥정중앙공원 김삿갓공원에서 집회가 있었고 2023년11월11일 15시~17시에 다시 또 진행합니다. 현장으로 오셔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십시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