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와 더불어민주당 기후행동의원 모인인 ’비상‘ 소속 의원, 법정공시 도입과 스코프 3 공시 의무화 등 요구
캘퍼스•NBIM 등 해외 투자자도, KSSB 초안보다 강화된 공시기준 요구
금융위, 국내 기업 공시기준 내용에는 의견 다양

[ESG경제신문=이신형기자] 민간 싱크탱크와 기후환경 NGO, 야당 국회의원 등은 23일 금융위원회에 2026년부터 기후공시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한 스코프 3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 의무화와 사업보고서를 통한 법정공시 도입, 자산 2조원 이상 사업보고서 제출 법인부터 공시를 의무화하되 대상을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구소와 그린피스, 녹색전환연구소,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와 더불어민주당 기후행동의원 임인 ’비상‘ 소속의 김성환, 박정현, 박지혜, 위성곤, 이소용, 엄미애, 한정애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융위원회에 이런 내용이 담긴 로드맵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경제단체들은 기업의 부담이 크다며 지속가능성 공시를 자율공시로 2029년 이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스코프 3 배출량도 산정의 어려움 등을 지적하며 공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조발언에서 “유럽연합과 미국은 별도의 공시 기준을 수립했고 주요 20여개국은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기준에 따라 (지속가능성공시) 의무화 시행 시기를 2025~2027년으로 정하고 법적 기반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위원회가 로드맵을 마련하지 않고 있어 자본시장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도 “각국의 ESG 공시 정책은 전 세계 투자자의 중대한 관심사”라며 “책임투자포럼(PRI)와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 노르웨이 국부펀드(NBIM), 지속가능한 증권거래소 이니셔티브(SSE Initiative) 등 12개 투자 관련 기관이 지난 5월 국제적으로 ISSB 공시기준을 2025년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에 따르면 세계 최대 책임투자 협의체인 PRI는 지속가능성 공시를 2026년부터 법정공시로 도입해야 한다는 국내 NGO들의 성명을 지지하고 있다.
이들은 “PRI가 일관성 있는 고품질의 지속가능성 데이터가 부족해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자본이 지속가능성 목표를 향해 효과적으로 흐르지 못하도록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또한 PRI가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가 제시한 지속가능성공시기준 초안이 국제적 정합성이나 비교 가능성, 신뢰성 원칙을 충족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국내 공시 기준이 ISSB 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고 전했다.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변호사는 “금융위는 2021년부터 ESG 금융제도 전반을 검토해 제도적 기반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겠다고 했음에도 지금까지 첫 단추인 공시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도 제시하지 않았다”며 “다른 주요국에 비해 매우 후진적인 형태이며, 비교적 늦은 2027년을 의무화 시기로 잡고 있는 일본도 이미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금융위, 대다수 기업 기후공시 필요성에 공감
KSSB는 지난 4월 지속가능성공시기준 초안을 공개한 후 8월 말까지 4개월의 의견 수렴 기간을 가졌다. 이 기간 중 29개 국내 투자자와 17개 해외투자자, 111개 개별 기업, 10개의 경제‧산업 단체가 의견서를 제출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19일 열린 의견수렴 결과에 관한 간담회에서 “대다수 기업이 지속가능성 정보 중 기후 관련 공시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96개 기업이 기후 관련 사항을 먼저 의무 공시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대해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기업들이 국제적인 흐름을 고려하고 있으며, 기후가 기업활동에 미치는 영향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는 데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시기준의 내용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해외 자회사의 신뢰성있는 기후 정보의 확보가 어렵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연결기준 공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힌 기업들이 많았다.
스코프 3 배출량 공시에 대해서도 정확한 데이터를 얻기 어렵고 배출량 산정에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들어간다며 유예를 주장하는 기업들이 많았다.
기업들은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공시기준이 빠르게 결정돼야 하고 정부가 보다 명확한 지침이나 우수사례(Best Practice)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제단체들은 기후공시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법정공시보다는 자율공시로 시작하거나 보다 구체적인 기준 제공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해외 투자기관은 강화된 기준 요구
노르웨이 국부펀드(NBIM)과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CalPERS),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등 주요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가 공개한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초안보다 강화된 공시기준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KSSB 기준 초안에 대한 의견 수렴 결과 캘퍼스와 CPPIB, 네덜란드 연기금(APG), 아시아기후변화투자자그룹(AIGCC), 자산운용사 보스턴 트러스트 월든(Boston Trust Walden)과 LGIM(Legal & General Investment Management), 유엔 책임투자원칙(PRI), 유엔환경기구(UNEP) 등은 기후공시 외에도 일반사항에 관한 공시도 의무화할 것을 요구했다. 기후공시뿐 아니라 다른 지속가능성 이슈와 관련된 위험과 기회도 투자자에게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노르웨이 국부펀드와 보스턴 트러스트 월든, CPPB, LGIM, CPPIB, APG, T 로우 프라이스(T.ROWE), AIGCC, 글래스고 금융연합(GFANZ), PRI, MSCI, 블룸버그 등은 스코프 3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 의무화를 요구했다.
금융당국은 아직 스코프 3 공시 의무화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의무화가 결정돼도 기업 부담을 고려해 상당한 유예기간이 주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들 기관은 스코프 3 배출량 측정과 공시의 어려움을 이해하지만 투자자에게는 보유자산이 직면한 전환 리스크를 평가하려면 이 정보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노르웨이 국부펀드와 보스턴 트러스트 월든, LGIM, CPPIB, APG, AIGCC, 글래스고 금융연합, PRI, UNEP 등은 산업기반 지표 공시도 의무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MSCI는 투자자가 기업의 기후 리스크를 평가하고 전환계획 전략을 평가할 때 산업기반 지표 공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ISSB 기준은 산업기반 지표 공시를 의무화하고 이를 위해 SASB 기준 적용 가능성을 반드시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KSSB 기준 초안은 산업기반 지표 공시를 기업이 선택하도록 하고 SASB 기준 참고 여부도 기업의 선택에 맡기고 있다.
이들 해외 기관들은 또한 금융당국에 신속한 공시 이행과 이를 위한 명확한 일정을 제시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김 부위원장은 19일 간담회에서 “의견수렴 결과를 면밀히 검토하고 관계부처 논의를 거쳐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조율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시 도입 로드맵 발표 일정 등은 여전히 미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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