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 강훈식 민병덕 의원 질의에, 금융위, “국제적 동향 지켜볼 수 밖에”
김현정 의원, "밸류업 속전속결...ESG 공시는 로드맵조차 발표 안해" 비판

[ESG경제신문=이신형기자]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4일 금융당국이 지속가능성 공시 로드맵을 조속히 제시해야 한다는 국회 국정감사 현장의 지적에 대해 국제적인 동향을 지켜봐야 한다면서 “최대한 노력해 로드맵 발표를 빨리 하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국정 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의 질의에 이같이 답변했다.
강 위원은 “ESG 공시가 세계적인 흐름이고 이렇게 가야 한다는 것은 당국도 기업도 알고 있다”며 "지속가능성 공시 도입을 위한 로드맵 발표가 늦어지고 당국의 지속가능성 공시 도입에 대한 입장도 오락가락해 시장도 기업도 혼란스러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속가능성 공시를) 법정공시로 도입하기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이런 문제를 “논의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에게 “세부적인 계획까지는 아니어도 (당국의) 계획이 있어야 하지 않겠나”며 로드맵 발표 시기를 물었다.
김 위원장은 “가급적 저희도 불확실성을 줄이려 한다”며 “로드맵이라는 게 언제까지 시행할 건가, 어디까지 시행할 건가가 밝혀져야 불확실성이 없어지는데 일본이든 미국이든 굉장히 유동적이어서 그런 걸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여건들이 정해지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그런 것인데, 빨리하겠다"고 말했다.
이윤수 금융위 증권선물위원도 22일 ESG경제 창간 4주년 포럼에서 "국제적인 제도 시행 상황 등을 고려해 제도를 구축하고 운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금융위의 이런 태도는 미국 대선 결과를 지켜본 후 로드맵을 확정하겠다는 태도로 읽힌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 도입 시기나 강도가 느슨해질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민병덕‧김현정 의원도 지속가능성 공시 로드맵 제시 촉구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과 김현정 의원도 이날 금융당국에 지속가능성 공시 로드맵을 조속히 제시할 것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사안에 따라 처리 속도가 달라지는 금융위원회의 태도를 지적했다.
그는 “금융위원회가 과거 K-IFRS(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나 올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할 때는 로드맵을 먼저 발표하고 이후 기준 제정, 시범운영, 의무적용 순으로 일사천리로 추진해 왔으나, ESG 정보공개 의무화는 로드맵조차 발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K-IFRS 도입 시 2007년 로드맵을 먼저 발표하고 그해 12월 기준을 제정한 후 2009년 시범운용을 거쳐 2011년에 모든 상장사에 전면적으로 의무 적용됐고 2013년 연결공시가 도입됐다.
하지만 지속가능성 공시의 경우 로드맵 발표가 지연되면서 “우리 기업들은 규제 불확실성으로 답답함을 호소하며 제대로 된 대응 준비를 못 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 도입이 늦어지는 것은 “기업의 가치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목표로 하는 현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올해 안에 국제적인 공시 시간표에 부합하도록 구체적인 로드맵을 발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병덕 의원은 금융위원회가 현재까지 “(지속가능성 공시) 적용 시기와 적용 대상, 적용 범위 등을 공개하지 않는 등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일각에서는 기업 부담 등 기업 협회의 의견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응 준비 부족’은 기업 협회가 공시 연기를 주장하는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민 의원은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를 통해 자발적으로 기후공시를 하는 국내 기업이 875개에 달한다며 “CDP에 대응하는 기업은 기후공시 대응 준비가 돼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이 부담스러워 하는 스코프 3 배출량 공시는 일정 기간 유예할 수 있고 세이프 하버(safe harbor)를 제공해 법적인 책임에 대한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며 “ESG 공시 의무화를 2026년부터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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