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관련 공시안, 스코프 1, 2, 3 배출량 모두 공개 요구
산업 공통의 온실가스 배출 정보와 산업별 배출 정보 모두 공시해야
지속가능성 관련 공시에는 공급망 리스크 공시 포함
6월 말까지 의견 수렴 절차 거친 후 올 연말 ESG 공시표준 확정 발표

[ESG경제=이신형기자] ESG 관련 기업 공시의 글로벌 표준화 작업을 진행 중인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가 예고한 대로 3월 31일(현지시간) ESG 공시기준 초안을 발표했다.
초안은 'S1'으로 불리는 일반적인 지속가능성 관련 재무정보 공시 요구안(General Requirements for Disclosure of Sustainability-related Financial Information)과 'S2'로 불리는 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시안(Climate-related Disclosure)로 구성되어 있다.
ISSB는 국제회계기준재단(IFRS)이 주요 20개국(G20)과 국제증권관리위원회기구(IOSCO)을 포함한 각국 정부와 정책당국 등으로부터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ESG 공시 표준을 제정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 지난해 11월 설립했다.
IFRS는 보도자료를 통해 “초안은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협의체(TCFD)의 권고를 기반으로 작성됐고 미국 지속가능성회계기준위원회(SASB)의 산업 기반 공시 요구안을 수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TCFD 권고안은 모든 산업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스코프 1, 2, 3 온실가스 배출량과 탄소집약도 등의 공시를 요구하는 반면 SASB 기준은 자동차 산업의 연비나 친환경차 판매 비중, 금융기관이 대출을 제공하거나 투자한 기업의 탄소배출량 등 산업별 온실가스 배출량 관련 지표 공시를 요구한다.
ISSB 기준은 TCFD 권고안과 SASB 기준을 모두 차용하고 있어 산업 공통의 온실가스 배출 정보와 산업별 온실가스 배출 정보를 모두 공시하도록 요구한다.
IFRS는 "기후공시기준위원회(CDSB)와 가치보고재단(VRF),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의 작업도 ISSB가 공개한 초안의 기반이 됐다"고 밝혔다.
이 초안에서 기업가치(Enterprise Value)를 평가하는 정보는 "인간과 지구,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의존도를 포괄하고 있어 일반적인 재무제표에서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정보보다 적용 범위가 훨씬 넓다"고 IFRS는 설명했다.
ISSB는 오는 6월 29일까지 120일간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후 전문가와 업계, 정책 당국 등의 의견을 반영해 올 연말에 ESG 공시 표준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에마뉘엘 파버 ISSB 의장은 “정부와 정책입안자나 민간 부문이 공통의 필요에 의해 연합하는 경우가 드문데 자본시장을 위한 국제적으로 비교 가능한 고품질의 지속가능성 정보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초안은 어떤 정보를 어디서 어떻게 공시할지 정해주고 있다"며 "이제 모두가 참여해 초안에 관해 의견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IOSCO의 애슐리 알더 이사회 의장도 “ISSB가 발표한 두 개의 초안을 환영한다”며 “초안을 승인할 목적으로 정밀한 검토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IOSCO의 승인은 (ISSB의 공시안이) 국제적인 표준으로 채택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S1, 공급망 포함한 일반 지속가능성 관련 리스크와 기회 공시 요구
S1 공시안은 일반적인 지속가능성 관련 심대한(significant) 리스크와 기회에 관한 재무정보 공시를 요구하고 있다.
ISSB의 초안이 기본적으로 TCFD의 권고안을 따르고 있으나, 기후 문제에 초점을 맞춘 TCFD의 권고에서 확장을 시도하면서 S1 공시안이 마련됐다.
S1 공시안은 ▲지배구조 ▲전략 ▲리스크 관리 ▲지표 및 목표의 4개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배구조는 중대한 지속가능성 관련 리스크와 기회를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기업의 지배구조 과정과 절차, 통제에 관한 영역이다.
전략은 투자자가 중대한 지속가능성 관련 리스크와 기회를 다루는 기업의 전략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하는 정보로 이루어진 영역이다.
리스크 관리 영역은 기업이 현재와 미래에 예상되는 지속가능성 관련 리스크와 기회를 식별하고 평가하는 과정과 이런 과정이 기업의 전반적인 리스크 관리 체계와 통합돼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정보로 구성된다.
지표 및 목표는 기업이 지속가능성 관련 리스크와 기회를 어떻게 측정,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지 보여주는 정보로 이루어져 있다. 기업의 지속가능성 관련 리스크를 관리하고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와, 목표 달성 과정을 평가하는 지표 등이 포함된다.
초안은 ▲공정공시 ▲기업의 공급망 관련 정보 공시 ▲여러 지속가능성 관련 리스크와 기회 간 연관성에 관한 정보 공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공정공시는 지속가능성 관련 리스크와 기회에 관한 정보를 충실하게 공시해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기업은 공정공시를 위해 리스크와 기회를 식별하고 관련 지표와 목표를 정하기 위해 이번에 제정된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 산업 기반의 SASB 공시 기준이나 CDSB와 같은 다른 공시 기준 제정 기관의 최신 기준이 정한 항목을 공시 대상에 포함하라는 요구를 받을 수도 있다.
투자자의 투자 결정과 관련된 정보가 공시 기준이 정한 항목에 포함되지 않을 때 기업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공시를 추가할 수도 있다.
초안은 공급망을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관련된 모든 영역의 활동과 자원, 관계와 더불어 기업이 사업을 하는 외부 환경”으로 정의한다.
따라서 마케팅이나 유통망, 판매와 서비스, 배달 등에 종사하는 외주 인력과 금융 환경, 지리적 또는 지정학적 환경, 규제 환경 등이 모두 공급망에 해당하고 기업은 이와 관련된 정보를 공시해야 한다.
IFRS는 “공급망의 범위는 넓지만 공시는 개별 기업에 맞게 구체적이어야 하고 투자자가 기업가치를 평가하는데 필요한 정보로 제한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초안은 여러 지속가능성 리스크와 기회 간 연관성에 관한 공시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의 협력업체가 직원들에게 국제 수준에 현저하게 못 미치는 급여를 지급해 공급 계약을 해지할 경우 새로 공급 계약을 체결한 협력사는 직원에 대한 대우가 국제적인 기준에 부합한다는 사실도 함께 공시해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설비의 가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기업의 경우 이 결정으로 영향을 받는 자산에 관한 정보 등 재무적인 영향도 공시해야 한다.
S2, 물리적 리스크와 전환 리스크 관련 정보 공시
기후 관련 공시 기준인 S2 공시 초안도 S1과 마찬가지로 ▲지배구조 ▲전략 ▲리스크 관리 ▲지표 및 목표의 4개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다.
기후 관련 공시 초안은 기후 관련 물리적인 리스크나 기회, 저탄소 전환에 따른 리스크나 기회에 관한 정보를 공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지배구조 영역은 중대한 기후 관련 리스크와 기회를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기업의 지배구조 과정과 절차, 통제에 관한 정보로 이루어져 있다. 기후 관련 리스크를 점검하는 이사회나 위원회, 경영진의 역할과 역량 등에 관한 정보를 공시해야 한다.
전략은 기후변화가 단기와 중기, 장기적으로 사업 모델과 경영 전략, 현금 흐름에 영향을 미칠지 기업이 얼마나 합리적으로 예측하는지 평가할 수 있는 영역이다.
예를 들면 기업은 특정 생산라인을 유지할 경우 평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자금 조달에 애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예측하는 능력이 필요하며, 이와 관련한 정보를 공시해야 한다.
기업은 기상이변이나 해수면 상승 같은 물리적인 기후 리스크와 정책이나 법률, 시장의 변화, 기술, 평판도 같은 전환 리스크를 식별해야 한다. 물리적인 리스크의 경우 기상이변처럼 급성적인지, 해수면 상승처럼 만성적인지 공시를 통해 설명해야 한다.
특히 기업은 기후 관련 목표 달성 계획이나 기후변화 적응, 생산 공정이나 사용하는 원자재 변경, 제품 사양 변경 등 기후 리스크 최소화 계획과 의사 결정 과정을 공시해야 한다.
공급망의 기후변화 적응과 공급망을 통한 간접적인 기후 리스크의 최소화 방안을 공시하고 탄소 상쇄 또한 전략의 일환인지 공시해야 한다.
기후 리스크와 기회가 재무구조와 현금흐름에 미칠 영향도 공시해야 한다. 전환 위험을 관리하는데 심대한 자산 손실이 발생할 경우 이를 공시해야 한다. 기후 관련 기회를 잡기 위해 신규 투자에 나설 경우에도 이를 공시해야 한다. 양적 정보를 공시할 경우 단일한 금액 또는 금액의 범위를 선택하는 것이 허용된다.
기후 관련 리스크는 기업의 기후 복원력(climate resilience)을 테스트한다. 투자자가 기업의 기후 복원력을 평가할 수 있도록 기업은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자산을 이용하고 투자를 진행할 수 있을지 공시해야 한다.
예를 들면 늘어나는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공장을 이전해야 하는지 시설을 보완해야 하는지 등을 공시해야 한다. 기후 관련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을만큼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고 있는지도 알려야 한다.
리스크 관리 영역은 기업이 기후 관련 위험을 어떻게 식별, 평가하고 관리하는지에 관한 공시다. 기업의 전반적인 리스크 관리 과정과의 정합성도 설명해야 한다.
과학에 기반한 리스크 평가 수단이 있는지, 기후 관련 리스크를 다른 리스크에 비해 얼마나 우선시 하는지도 공시해야 한다.
스코프 1, 2, 3 배출량 모두 공시 요구
지표 및 목표의 영역에서는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가 핵심이다. GHG 프로토콜(Protocol)이 정의한 스코프 1, 2, 3 배출량을 모두 공시해야 한다.
IFRS는 스코프 3 배출량 공시를 요구한 것은 공급망의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의 중요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코프 1은 기업이 직접 배출한 온실가스 배출량, 스코프 2는 에너지 사용에 따른 배출량, 스코프 3는 공급망에서의 배출량을 각각 말한다.
초안은 기업을 11개 산업, 77개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SASB 기준을 차용한 것이다. 초안은 부록을 통해 각 산업과 유형별 공시 항목과 지표를 나열하고 있다.
77개 유형 중 68개 유형에는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른 공시 항목이 적용된다. 나머지 9개 유형에는 기후 관련 공시 항목이 없다.
자동차 회사의 예를 들면 ‘연비와 제품 사용단계 온실가스 배출량’ 항목과 관련이 있다. 이 항목에 따라 자동차 회사는 소비자의 취향 변화에 따른 사업모델 변경 필요성을 나타내는 전환 리스크와 온실가스 배출 규제와 친환경차 시장 수요에 따른 기후 관련 기회를 식별해야 한다.
또 '연비와 제품 사용단계 온실가스 배출량' 항목과 관련된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의 진전을 알리기 위해 자사가 생산하는 자동차의 연비와 전기차나 수소차 판매량 등을 공시해야 한다.
한편 이번 공시 초안이 최종안으로 확정되면 한국 기업들에게 적용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ISSB 초안은 면밀히 검토해 한국의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며 "ESG공시 확정되면 우리나라 상장기업들도 한국거래소 공시를 통해 단계적으로 실행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공시 표준이 나오면 기업들은 적은 비용으로 손쉽게 ESG관련 정보를 공시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기반으로 ESG 관련 투자를 확대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 기후 공시 지원 플랫폼 기업이 뜬다...ISSB와 SEC 공시 기준 잇단 발표 영향
- ISSB ESG 공시 초안과 TCFD 공시 기준은 어떻게 다른가
- "ESG공시, ISSB 기준 표준으로 삼고, 국내에 필요한 내용 추가"
- 국내 ESG 공시, "사업보고서에 반영하고 시점도 3월로 앞당겨야"
- EU, 세계에서 가장 광범위한 ESG 공시 기준 공표...ISSB와 차별화
- SASB, ESG 공시 기준 제정 프로젝트 ISSB에 이양
- ‘한국TCFD얼라이언스’ 출범...주요 기업‧금융기관, 기후공시 질적 개선 모색
- 넷제로투자자연합(NZAIO), ISSB에 산업별 기후 목표‧지표 제정 권고
- ISSB, 지속가능성 공시 사업보고서에 포함 의견 다수
- ISSB, 스코프 3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 찬성 의견 다수
- 김주현 금융위원장, "ESG 평가시장 자율준수 기준 마련하겠다"
- ISSB ESG 공시 기준 핵심 논란은...'중대성'과 '스코프3'로 압축
- 한국 기업 TCFD 기준 기후 공시 내용 미흡...기준 충족 공시율 23%
- 'TCFD' 기후공시 채용 기업 1400개 넘어서...공시 질 개선 숙제
- G7 재무장관, ISSB의 ESG공시기준 제정 환영...에너지 전환 노력 강화
- KSSB 설립해 한국형 ESG 공시기준안 마련
- ISSB, 스코프3 공시 기준 완화...최종안은 내년 6월에
- [2022년 결산] ESG의 제도화 뚜렷..."일시적 유행 아니다"
- ISSB, ESG 공시기준에 생물다양성ㆍ인적자원ㆍ공급망 인권 추가
- 국내 기업 ESG공시 인증엔 열심...신뢰도는 낮아
- ISSB 기준에 맞게 CDP 기후공시 조정한다...'상호운영성' 강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