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녹위, 산업계 감축목표 14.5%에서 11.4%로 낮춰
국외 감축목표는 3350만t에서 3750만t으로 늘려
현 정부 임기('23~'27년) 내 연평균 감축률 2% 불과

[ESG경제=이신형 기자]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기로 한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관련 부문별 세부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 예상대로 산업부문의 감축 목표를 낮췄고, 대신 국외 감축사업 목표는 높였다.
국외 감축사업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NDC 달성을 위한 보조 수단이다. 산업부문의 감축 목표를 더욱 완화하면서 보조 수단의 감축 목표를 강화한 것이라 논란의 소지가 있다.
탄녹위는 21일 산업부문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종전의 14.5%에서 11.5%로 낮추고, 국외 감축사업 목표는 종전의 33.5%에서 37.5%로 높이는 내용의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공개했다.
정부는 탄소포집저장활용(CCUS) 기술 사용 감축 목표도 종전의 10.3%에서 11.2%로 소폭 상향 조정했고 수소부문의 감축 목표 역시 7.6%에서 8.4%로 약간 올렸다. 이 계획은 22일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거친 후 다음달 중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확정할 예정이다.
산업부문의 감축 목표 조정은 어느 정도 예고됐다. 문재인 정부는 종전 35%였던 NDC를 2021년 40%로 높이면서 산업부문 감축 목표를 14.5%로 제시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탄녹위와 환경부에 산업부문의 실제 감축 능력은 5%에 불과하다는 의견을 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업계 의견과 전문가 자문을 거쳐 나온 결과“라고 주장했다.
물론 산업부는 탄녹위나 환경부가 산업부문의 감축 목표를 5%까지 완화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았다. 산업부문의 감축 목표가 완화돼야 한다는 의견을 강하게 피력한 것이고, 결국 탄녹위와 환경부가 업계와 산업부의 의견을 수용한 모양새가 됐다.
하지만, 정부가 산업부문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낮췄다고 업계의 온실가스 감축 부담이 실제 완화됐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온실가스 감축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RE100에 가입한 기업 중 다수는 투자자 등의 압력 에 떠밀린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RE100 달성을 요구하는 투자자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국제 공급망에 속한 기업들의 경우 원청기업으로부터의 온실가스 감축 압력이 거세지면 거세졌지 완화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국제감축 목표 상향은 궁여지책
NDC를 40%로 유지하면서 부문별 감축 목표를 정하기 때문에 산업부문의 감축 목표를 완화하면 다른 부문의 감축 목표를 더 공격적으 로 잡아야 한다. 탄녹위는 전환이나 운송, 건물, 농축수산, 폐기물 등 반발이 예상되는 다른 부문의 목표를 건드리지 않고 반발할 대상이 없는 국제감축 부문의 목표를 3350만톤에서 3750만톤으로 늘리는 손쉬운 방식을 택했다.
국제 감축은 국가나 기업이 해외에서 산림 녹화나 산림 훼손 방지, 재생에너지 사업 등 녹색 사업에 투자해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인정 받아 자국 내에서 발생시킨 온실가스를 상쇄하는 것이다. 이렇듯 국제감축은 NDC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보조 수단일 뿐이라는 점을 정부도 잘 알고 있다.
2021년 11월 열린 제1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국제 탄소배출권 시장 개설에 관한 파리기후협약 6조의 이행규칙이 제정되면서 국제감축 사업의 초석이 마련됐다. 국제감축 사업이 본격 추진되려면 국외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인정받아 획득한 탄소배출권을 거래하는 국제탄소배출권거래시장 개설이 필수적이다. 적어도 감축 실적을 인정받을 수 있는 인증시스템이라도 마련돼야 한다.
하지만 지난해 열린 COP27에서 국제 탄소배출권 시장 개설에 대한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올해 열릴 COP28에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인증시스템 구축이나 시장 개설까지 몇 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의 국외감축 사업도 국제적인 논의의 동향과 속도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또한 국외감축 사업은 상대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우리 정부나 기업이 국외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감축사업을 시행할 나라의 동의가 필요하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 실적의 이중계상이 금지돼 있어 사업지에서 발생한 감축 실적을 사업자가 국외로 이전하면 사업지 국가는 감축 실적을 인정받지 못한다.
사업지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 실적의 해외 이전에 동의하지 않으면 정부는 국외감축 사업을 NDC 달성 수단으로 활용할 수 없다. 국외감축 실적을 늘려잡기가 만만치 않은 이유다.
온실가스 감축 부담 차기 정부로 떠넘기나?
하지만, 정부의 국제감축 사업 확대 계획은 구체적이지 않다. 정부는 ”베트남이나 몽골 등 중점협력국과 사업 발굴을 추진하고 감축사업 협정 체결 대상국을 확대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이와 함께 정부는 국제적인 논의와는 별개로 국제감축 사업의 사전 승인과 국제감축실적 취득 및 거래 신고 등 국내 절차 이행을 위한 국내 추진체계를 연내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국제감축 사업의 적정성을 심사할 국제감축심의회와 통합지원 플랫폼도 활성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공개한 연도별 탄소 감축 계획을 보면 윤석열 정부의 임기가 끝나는 2027년 이후 배출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모양새다. 연도별 탄소 배출량은 올해 6억3390만t, 내년 6억2510만t, 2025년 6억1760만t, 2026년 6억290만t, 2027년 5억8500만t, 2028년 5억660만t, 2029년 5억2950만t 으로 설정됐다.
기후환경단체 플랜 1.5는 "현 정부 임기('23~'27년) 내 연평균 감축률은 2%에 불과하며 차기 정부('28~'30년)의 연평균 감축률은 9.3%에 달한다"며 "'23~'27년까지의 누적 감축량은 4890만톤이며 '28~'30년의 누적 감축량은 1억4840만톤으로 정부 계획에 따른 '30년까지의 총 감축량의 75%를 차기 정부 임기 로 미룬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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