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크레딧 수요는 여전히 “탄력적”
탄소 크레딧 무결성과 품질에 주목

[ESG경제신문=이신형기자] 지난해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탄소 크레딧 거래는 감소했으나, 양질의 탄소 크레딧 수요가 늘어나면서 차별화 현상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 크레딧 구매자들의 탄소 제거 크레딧 선호 현상이 뚜렷해진 가운데 빈티지별 차별화 현상도 심해졌다.
또한 자발적 탄소시장 무결성 위원회(ICVCM)이 CCP 라벨을 부여한 탄소 크레딧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쓰레기 매립지에서 메탄과 오존층 파괴 물질을 제거하는 사업을 통해 생성된 CCP 라벨 크레딧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비영리 단체 에코시스템 마켓플레이스(EM)은 지난달 29일 내놓은 ‘2025년 자발적 탄소시장 실태 보고서(2025 State of the Voluntary Carbon Market, SOVCM)’에서 “2024년 탄소 크레딧 거래량은 25% 감소했으나, 크레딧 가격 하락은 5.5%에 그쳐 기본적으로 수요가 여전히 탄력적이라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리프 연합(lEAF Coalition)의 운영을 맡고 있는 비영리기구 이머전트(Emergent)의 에론 블룸가든 CEO는 “높은 수준의 무결성을 확보한 크레딧 선호가 두드러지면서 이런 크레딧의 공급 부족이 빚어지고 있다”며 “이런 현상이 지난해 전체 거래량이 감소한 요인 중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리프 연합은 열대와 아열대 국가의 산림 보호를 위해 레드플러스(REDD+) 사업을 이행하는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단체다.
[그래픽] 탄소 크레딧 생성, 거래, 폐기, 가격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탄소 크레딧 거래량은 2018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으나, 탄소 크레딧 시가총액은 2018년보다 1.9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탄소 감축 사업 등록 건수는 전년대비 11% 감소했다. 2022~2024년 주요 인증기관에 등록한 신규 감축 사업은 연간 600~700건 수준이다.
탄소 크레딧 생성은 20% 감소했다. 지난 2020년 이후 감축 사업 등록 건수가 현저한 감소세를 보인 재생에너지와 산림이나 토지 이용 관련 크레딧 생성이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며 이런 흐름을 주도했다.
탄소 크레딧 폐기는 1억8200만톤을 기록, 2023년의 1억8900만톤보다 소폭 감소했으나, 안정된 흐름이 이어졌다.
[그래픽] 탄소 감축 사업별 등록 건수 변화 추이

인커리지 캐피탈(Encourage Capital)의 공동 설립자 리카르도 바욘은 “(탄소 크레딧의 근본적인 지표인 (탄소배출량 상쇄 후)폐기는 계속 증가하고 있고 시장이 태동한 이후 꾸준하게 이런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시장의 신뢰와 무결성 문제가 해결되면 시장은 다시 호황을 누릴 것”이라고 말했다.
탄소 크레딧 가격 차별화
탄소 제거 크레딧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지난해 탄소 제거 크레딧 가격은 탄소 회피 크레딧보다 381%나 높은 가격을 보였다. 2023년의 245%보다 가격 격차가 더 벌어졌다.
[표] 탄소 회피 크레딧과 탄소 제거 크레딧 거래량과 시가총액 및 가격 비교

탄소 크레딧 빈티지 별로도 가격 차별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5년 이하 빈티지 크레딧은 217%의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돼 2023년의 53%보다 높은 프리미엄을 보였다.
보고서는 ICVCM으로부터 CCP 라벨을 받은 크레딧이 지난해 시장 수요에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CCP 라벨을 받은 쓰레기 매립지 가스 제거 크레딧 수요가 동종 크레딧 수요를 견인하면서 매립지 가스 제거 크레딧 거래량이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런 크레딧의 평균 가격은 ICVCM의 인증이후 35% 상승했고 거래량은 310톤으로 2023년보다 149% 증가했다.
CCP 라벨 크레딧은 지난해 6월 시장에 처음 등장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구매자가 가장 선호하는 크레딧으로 자리 잡았다. 이 크레딧은 자발적 탄소시장 무경설 위원회(ICVCM)으로부터 추가성과 영구성, 투명성, 확고한 감축 실적 정량화 등 10개 CCP 원칙에 부합하는 높은 수준의 무결성을 인정 받은 크레딧이다.
ICVCM은 지난해 6월 ACR와 클라이밋 액션 리저브(CAR) 등이 수행한 7건의 감축 사업을 통해 발급된 매립지 메탄 포집과 오존층 파괴 물질 제거 사업을 통해 발급된 2700만톤 규모의 탄소 크레딧에 핵심탄소원칙(CCP) 라벨을 처음으로 부여했다.
올해 3월에는 골드 스탠다드와 베라가 인증한 3개 쿡스토브 활용 탄소감축 사업과 바이오 소화조를 활용한 탄소감축 사업에 CCP 라벨을 부여했다.
ICVCM은 현재 100개 이상의 사업을 29개 카테고리로 분류해 평가 작업을 벌이고 있다. 매립장의 탄소포집 사업과 쿡스토브, 현재 가장 인기 있는 탄소 크레딧 중 하나인 REDD+ 크레딧 등도 평가 대상이다.
하지만 ICVCM은 지난해 8월 재생에너지 사업을 통해 발급된 탄소 크레딧은 핵심탄소원칙(CCP) 라벨을 획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추가성(additionality) 요건이 엄격하게 평가되지 않아 CCP 인증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재생에너지 사업을 통해 발급된 탄소 크레딧은 현재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거래되는 전체 크레딧의 32%인 2억 3600만톤에 해당한다.
하이 타이드 재단(High Tide Foundation)의 알렉시아 켈리 이사는 “(마켓 플레이스의) 올해 보고서는 시장이 더 높은 품질과 더 높은 가격의 크레딧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고 크레딧 폐기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크레딧의) 품질과 시장 개혁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는 자발적 탄소시장의 성장에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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