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1% 실사 대응체계 못 갖춰
52.2%, 계약 파기 위기감 느껴
대응 방안 제시하는 ’업종별 가이드라인‘ 절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EU 본부. AP=연합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EU 본부. AP=연합

[ESG경제=이신형기자] 유럽연합(EU)의 공급망 실사법 도입이 목전에 다가왔으나, 국내 수출기업의 대응 준비가 미흡해 수출기업의 절반 이상이 실사에 대한 대응체계를 갖추지 못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ESG 경영 수준이 미흡해 수출 계약이 파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기업도 절반이 넘었다.

기업들은 공급망 실사법에 어떻게 대응할지 막막해하는 가운데, 업종별로 대응 방안을 제시하는 ’업종별 가이드라인‘과 실사에 필요한 비용 지원을 최우선 정책 과제로 꼽았다.

EU 공급망 실사법은 역내에서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이 협력‧납품업체들의 인권 현황과 환경 오염, 온실가스 배출량 등을 자체 조사해 문제가 있으면 해결을 의무화하는 법이다.

이 법의 적용을 받는 EU 기업은 비즈니스 모델과 경영 전략 등이 지구 온도 상승폭을 파리협약이 정한 1.5℃ 이내로 억제한다는 목표에 부합하도록 해야 한다.

해당 기업은 또한 제품의 생산 및 유통 등 공급망에 속한 기업들에 대해 노예 노동이나 아동 노동, 임금 착취, 온실가스 배출, 환경 오염, 생물다양성 훼손, 생태계 훼손, 산업 재해, 직원 건강 위협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18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수출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원청기업의 ESG 실사에 대한 대응 수준을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58.1%가 대응체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응답 기업의 27.5%는 ’사전준비 단계‘라고 답변했고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기업은 10.8%, 실사와 피드백까지 진행하고 있다고 답변한 기업은 3.6%에 그쳤다.

자료=대한상의
자료=대한상의

원청업체가 공급망 내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ESG 실사와 진단, 평가, 컨설팅 경험에 대해서는 응답 기업의 8.8%가 ESG 실사를 받아봤다고 응답했다. 11.8%는 진단과 평가를 받아봣고 7.3%는 컨설팅을 받았다고 답변했다.

52.2%, 수출 계약‧수주 파기 위기감 느껴

ESG 경영 수준이 미흡해 고객사(원청기업)로부터 수출 계약이나 수주가 파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는 기업이 52.2%에 달했다.

응답 기업의 40.2%는 수출 계약이나 수주 파기 가능성이 다소 낮다고 응답했고, 7.6%는 매우 낮다고 답변했다.

ESG 경영에서 분야별 가장 중요한 이슈로는 환경 분야에서 탄소배출(47.2%), 사회 분야에서는 산업안전보건(71.8%), 지배구조에서는 공정하고 투명한 기업문화(66.1%)가 꼽혔다.

ESG 경영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예산에 대해서는 실사에 50만 원 미만, 컨설팅은 1000~2000만원, 지속가능보고서 제작에는 1000만원 미만을 꼽은 기업이 가장 많았다.

공급망 실사 대응을 위해 필요한 정책과제로는 ’업종별 ESG 가이드라인 제공(35.5%)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혔고 ESG 실사 비용 지원(29.3%)과 ESG 교육 및 컨설팅 비용 지원(19.3%), ESG 인프라 및 시스템 구축 금융지원(16.3%)이 뒤를 이었다.

EU 공급망 실사법 2단계로 도입

EU 집행위원회가 올해 2월 내놓은 법안에 따르면 공급망 실사법은 우선 1단계로 직원 수 500명 초과, 매출 1억5000만 유로(약 2025억원) 초과 기업(그룹 1)을 대상으로 2024년 발효될 예정이다. 약 1만3000개 기업이 여기에 속할 전망이다.

시행 2년 후에는 경제적 영향이 크다고 판단되는 섬유와 광업, 농업 등의 분야 기업과 직원 수 250명, 매출 4000만 유로 초과 기업(그룹 2)으로 확대 적용된다.

유럽에서 영업활동을 하는 외국 기업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로이터통신은 약 4000개의 외국 기업이 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렇게 적용 기업이 확대돼도 ’공급망 실사법‘의 적용을 받는 EU 기업은 1%에 불과하다.

이 법안은 유럽 의회와 EU 집행위에 제출돼 승인 절차를 밟게 된다. 승인이 이루어지면 EU 회원국은 2년간의 준비 절차를 거쳐 법으로 시행하게 된다.

EU에 앞서 독일은 내년부터 직원 수 3000명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공급망 실사법을 시행하고 2024년부터 직원 수 1000명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ESG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