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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 투자로 가입자에 소송 당한 국민연금… 해외 연기금은?

  • 기자명 김현경 기자
  • 입력 2024.02.26 14:49
  • 수정 2024.02.27 2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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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인 연금 가입자들, 국민연금 김태현 이사장 비롯해 손배 소송 제기
"지난 ‘21년 탈석탄 선언에도 불구, 정책조차 수립하지 않아”
해외 연기금, 탄소중립 선언 및 기업 탈탄소 전환계획 판단해 투자결정

경남환경운동연합, 기후솔루션, 빅웨이브,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60+기후행동 등 5개 기후환경단체가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연금의 탈석탄 선언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제공=기후솔루션)
경남환경운동연합, 기후솔루션, 빅웨이브,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60+기후행동 등 5개 기후환경단체가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앞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연금의 탈석탄 선언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제공=기후솔루션)

[ESG경제=김현경 기자] 국민연금이 더이상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탈석탄’ 선언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실질적인 대책을 수립하지 않자 연금 가입자들이 국민연금의 이행을 촉구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22일,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국민연금 가입자 35인은 국민연금공단 김태현 이사장을 비롯한 서원주 기금이사, 류지영 상임감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국민연금의 ‘탈석탄’ 선언 이후에도 석탄투자 제한 정책을 수립하지 않아 계속된 석탄 산업 투자로 가입자의 건강과 재무적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0월 기준 기금 적립 규모 1000조원을 돌파한 세계 3위 규모 공적연기금인 국민연금은 지난 2021년 5월, 기금의 석탄 채굴 및 발전 산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탈석탄 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구체적인 석탄 투자 제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 않고 있으며, 국내 석탄화력발전소에 여전히 직간접적으로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석탄산업 투자가 대기오염 등의 환경과 국민 건강 문제를 넘어 전 세계적인 탈탄소 전환 흐름에 따른 대표적인 좌초자산에 대한 투자로 기금손실을 초래하는 재무위험을 발생시킨다고 지적한다.

“국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 저해하는 처사"

소송 주무를 맡은 기후솔루션 김현지 변호사는 “국민연금의 석탄투자는 국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저해하는 처사”라며 “원고들은 건강 또는 재무적 피해를 이유로 기금 운영 정책 결정자인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기금이사, 감사에 대해 원고 1인당 2050만원의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2050은 기후변화로 인한 파국을 막기 위해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어야 하는 2050년을 상징하는 숫자다.

(제공=기후솔루션)
(제공=기후솔루션)

기후솔루션을 비롯해 경남환경운동연합, 빅웨이브,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60+기후행동 등 5개 기후환경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2050 탄소중립 목표 선언과 함께 구체적인 금융배출량 감축 계획을 발표할 것을 국민연금에 촉구했다. 아울러 탈석탄 선언에 따른 석탄투자제한정책을 발표하고 이를 이행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가 극심해지며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노력이 전 세계적으로 대두됨에 따라 화석연료 기업이나 기후변화를 가속화하는 산업에 자금을 대는 금융산업에 대한 탄소중립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제조업과 달리 금융업은 직접적인 탄소배출량은 크지 않지만 대출 및 투자를 통해 탄소 고배출 산업 및 기업을 지속시키고 온실가스를 간접적으로 배출하는 이른바 ‘금융배출량’에 따른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글로벌 연기금, 탄소중립 선언 잇따라...전환계획 미흡한 기업 투자 철회도

세계 각국의 연기금들은 이러한 금융배출량 감축에 적극 나서는 추세다. 최근에는 탈탄소 전환계획을 마련하지 못하거나 계획이 기대치에 못 미치는 화석연료 기업에 대해 투자를 철회하는 움직임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22년 기준 운용자산이 700조원(5000억 유로)에 달하는 네덜란드 최대 연기금 ABP는 지난 2021년, 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하고 그 이듬해까지 투자 대상 기업의 탄소 감축 목표를 강화하도록 하는 등 화석연료 투자 철회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 밝혔다.

ABP는 2050년까지 투자 포트폴리오의 탄소중립을 달성하기로 하고 그 중간단계로 2030년엔 모든 투자 포트폴리오에 대해 2019년 대비 탄소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2030년까지 기후 투자를 약 43조원(300억 유로)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연말 기준 약 100조원(700억 달러) 규모의 노르웨이 최대 연기금 운용사 KLP도 지난 2019년 탈석탄투자를 이행하겠다고 발표하고 2050년까지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함께 투자 포트폴리오를 지구온도 1.5도 상승 억제에 맞추기 위해 기후친화적인 투자를 매년 약 7500억원(60억 크로네)씩 늘리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엔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에 대해 에너지 전환 계획이 기대치에 못 미친다며 투자를 철회한 바 있다.

운용자산이 600조원(444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최대 연기금 캘리포니아 공무원 연금(캘퍼스)은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기관투자자 이니셔티브인 넷제로 자산소유자 연합(Net-Zero Asset Owner Alliance) 가입에 따라 2050 탄소중립을 약속했다. 이에 앞서 2030년까지 기후변화 대응에 초점을 맞춘 투자 규모를 약 133조원(1000억 달러)으로 확대하는 한편, 에너지 전환에 소홀한 기업의 주식의 매각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뉴욕주 퇴직연금은 2040년까지 투자 포트폴리오의 탄소중립 전환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이에 앞서 2035년까지 약 53조원(400억 달러)을 지속가능한 투자 및 기후 솔루션 프로그램에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16일에는 엑손모빌을 포함한 8개 석유 및 가스 회사의 탈탄소 전환계획이 미흡하다며 기금 보호를 위해 이들 기업에 대한 360억원(2680만 달러) 상당의 투자를 철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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