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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우 칼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국가기간산업 측면서도 봐야

  • 기자명 김대우 기자
  • 입력 2024.12.03 11:16
  • 수정 2025.02.18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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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협력계약에 MBK 단기 매각 불가 조항 없어
'강건너 불구경'안돼...정부와 산업계 함께 나서야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각 사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각 사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공개매수에 나선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경영권을 단기에 매각할 가능성이 재차 고개를 들면서 자칫 국가기간산업이 해외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가기간산업과 관련 기술의 해외 유출은 해당 기업의 존속을 넘어 한국경제의 지속가능성에도 좋지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영풍과 MBK가 공시한 경영협력계약을 보면 영풍은 10년간 고려아연 주식을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없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하지만, MBK가 특정 기간 동안 고려아연 주식을 제3자에게 처분할 수 없다는 내용은 없다.

이래서 일각에서는 MBK가 고려아연 주식을 매각하면서 영풍이 소유한 고려아연 주식까지 함께 매각할 수 있는 ‘공동매각요구권’이라는 특별한 권한까지 가지고 있는 만큼 MBK는 언제든 단기에 고려아연을 중국 등 해외에도 팔 수 있고, 동시에 영풍이 소유한 지분까지도 넘기도록 강제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최근 국가기간산업 보호 측면에서 고려아연의 이차전지 전구체제조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고 나섰지만 이걸로는 부족하다. 국가 핵심산업과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선 정부와 공공부문, 나아가 산업계 전반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비철금속 산업은 철강, 반도체와 함께 우리나라 소재산업의 핵심 축이다. 특히 고려아연은 아연, 연, 은 등에서 세계 최고의 제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차전지 소재와 자원순환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며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니켈 제련과 전구체 생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공급망 재편 시대의 전략적 자산이라 할 수 있다.

이런한 핵심기업이 단기수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의 손아귀에 넘어가서는 안된다. 제련산업은 장기적인 투자와 기술개발이 필수적인 장치산업이다. 일반적으로 사모펀드는 통상 3~5년 내 투자금 회수를 목표로 한다. MBK파트너스의 투자자금 중 상당수가 중국 등 해외 자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기술 유출과 해외 매각 우려는 단순히 기우가 아니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세계 각국, 자국 산업 보호 강화 추세

최근 세계 각국은 자국 산업 보호를 강화하는 추세다. 미국은 US스틸의 일본제철 인수를 두고 정부와 의회가 나서서 제동을 걸고 있다. 일본은 경제산업성이 주도하는 산업혁신기구와 정책투자은행을 통해 자국 기업을 적극 지원한다. 유럽연합(EU)도 역내 기업 보호를 위한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이제 우리도 정부와 산업계가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산업은행과 같은 정책금융기관은 전략적 투자자로서 고려아연의 경영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 포스코, 현대제철과 같은 철강기업들도 소재산업 생태계 보호 차원에서 협력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국내 비철금속 업계 역시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고려아연 사태를 주시하고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사모펀드의 단기수익 추구로 협력 생태계 와해 안돼

고려아연은 이미 현대차그룹, LG화학 등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며 미래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협력 생태계가 사모펀드의 단기 수익 추구로 와해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더 나아가 국내 소재기업들과의 협력을 확대한다면, 우리나라 소재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은 한층 강화될 것이다.

정부와 산업계의 대응이 더이상 '강 건너 불구경'식이어서는 안 된다. 고려아연 사태는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닌 국가 기간산업과 핵심기술 보호라는 국가 안보의 문제다. 최근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이나 EU의 핵심원자재법(CRM)에서 보듯, 전 세계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새로운 규범을 만들어가고 있다.

물론 시장경제 원리를 훼손해서는 안 되겠지만, 국가 기간산업 보호를 위한 전략적이고 제한적인 개입은 필요하다. 정부는 외국자본의 국가 기간산업 인수에 대한 심사권한을 강화하고, 산업계와 함께 실효성 있는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와 산업계가 수수방관하는 사이 국가 핵심 기술과 산업이 해외로 유출되는 사태만큼은 막아야 하겠다.

[김대우 ESG경제신문 편집국장]

김대우 ESG경제 편집국장
김대우 ESG경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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