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와 투자 받기 위한 ESG는 이제 그만
ESG 내재화와 공급망 관리에 힘 쏟아야

2023년이 코 앞이다.

10~20년을 앞서고 있는 유럽과 미국 기업들은 ESG 투자와 평가에 휘둘리지 않고 지속가능 경영 및 발전, 재생비즈니스 차별화 등을 생존 전략 삼아 활주로를 달리고 있는 중이다. 2023년이 되면 이 중 몇몇 기업은 활주로를 박차고 날아 오를 것이다. 내년에도 우리 기업들은 하늘을 날아오르는 ESG 선도 기업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할지 모른다.

지금 기업들은 내년 사업 계획 세우기에 분주하다. ESG 담당자들은 내년 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고민이 깊을 것이다. 내년에는 경제 상황이 올해 보다 나쁘게 돌아갈 전망이다. 따라서 ESG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도통 모르겠다는 하소연도 최근 부쩍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ESG를 하겠다고 큰 투자를 하거나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 전환하는 기업들이 나타나기는 어렵다. 비용을 아껴서 일단 살아남고 보자는 기업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따라서, 당장 수익이 창출되지 않는 ESG에 투입할 수 있는 자원이 얼마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와중에 ESG 반대론자들이 득세할 수 있다. 이미 벌써 그런 기사들이 언론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ESG가 기업의 근본적인 사회 및 환경 책임경영이나 지속가능경영이 아닌 ESG 투자와 평가 중심으로 가면 이런 일은 반복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SG 관련 글로벌 가이드 라인은 확대, 강화될 것이다. 이미 작년 말과 올해 초에, ‘GRI(글로벌 리포팅 이니셔티브) 2021’,‘EU 공급사슬망 지속가능성 실사지침’,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 공시 기준안’, ‘ESRS(유럽지속가능성공시기준)’ 등이 발표되었고, 이런 가이드 라인들이 본격적으로 현실화되는 것이 바로 내년 2023년이다.

수년 전 부터 이런 가이드 라인 제정 작업에 직접 참여하고 미리 준비하던 글로벌 리딩 기업들은 강화된 가이드 라인을 발판 삼아 뛰어 오를 것이다. 반면, 준비 없이 눈치만 보던 기업들은 허우적 거릴 수 밖에 없다.

내년에 상황이 어려워도 ESG 실무자들이 꼭 해야만 할 과제는 무엇일까.

첫째, 연결기준 ESG DB를 구축해야 한다. GRI 2021을 비롯해 ISSB, ESRS 등 최신 글로벌 가이드 라인들이 이구동성 '연결 기준 ESG 데이터'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한국 상장기업들의 2025년 지속가능성 의무공시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말이 통하는 국내 계열사들은 어떻게 해볼만 한데 그렇지 않은 외국 현지의 계열사나 공장, 사업장들이 문제다. 그럼에도 ESG DB가 구축되지 않으면 ESG는 한 발도 앞으로 나가기 힘들다.

둘째, 공급망 ESG 확산을 본격화해야 한다. 이것도 역시 모든 글로벌 가이드 라인들이 요구하는 사항이다. ESG 리스크의 대부분이 대기업 본사나 자체 공장이 아니라(한국 기업들은 본사나 자체 공장의 ESG 리스크도 아직 크다) 공급사슬망에 존재 한다는 게 글로벌 ESG 평가사들의 분석이다.

올해 공급망 관리 원칙을 세우고 체크 리스트를 만들어 가동을 시작했다면 내년에는 협력업체들과 현장에서 만나는 일들을 더 자주, 더 적극적으로 해야만 한다. 분명한 건 아직 ESG의 실체가 중견, 중소 기업들에까지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급하다고 대기업 혼자 작전을 짜면 아무 소용이 없다. 현장을 찾아가 협력업체들을 만나고 함께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공급망 ESG 확산의 실체인 인권과 환경 실사가 실제 이루어 지려면 협력사들의 동의와 협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ESG 갑질이 되지 않고 진정한 지속가능한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선 공동 자원 투입을 비롯한 공급망 전체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셋째, 지속가능한 원재료, 재생 원재료 확보 및 확대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SG의 관리범위가 공급망 전체와 스코프 3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지속가능성이 검증된 원재료' 나 '재생 원재료' 는 제조업의 경쟁력과 ESG 차별화 전략의 핵심이 될 게 분명하다. 이를 위해 원재료와 관련된 수많은 지속가능성 인증, 재생 가능 여부를 제대로 잘 파악해야 하고 그린 워싱(위장 환경주의), 가짜 ESG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넷째, ESG의 임직원 내재화이다. 위의 세 가지를 모두 실행하기 위해선 기업의 실무 부서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줘야 한다. 지속가능경영의 필요성을 실무 부서들이 스스로 깨닫고 실행하지 않으면 ESG 담당자들은 속수무책이다. 

기존에 있던 자료만 가지고 지속가능보고서 하나 만드는 일에도 실무 부서 협력 없이는 아무 것도 되지 않는다. 실제 ESG 실행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일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최고경영자(CEO)가 ESG 실행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리더십을 발휘하게 하는 일,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실무 교육 진행, 성과 평가에 ESG 반영 등은 내년에 ESG 실무자들이 꼭 성사시켜야야 할 과제다.

[유승권 이노소셜랩 ESG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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