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측 추천 후보 5인 신규 이사 선임... 모녀측 후보 6명 전원 탈락
소액주주들, 형제측 주주제안에 표 몰아줘...최종 3% 이상 큰 차이
형제측, 모녀측 경영진 전면 퇴출 예고, 기업가치 제고 방향 주목

한미사이언스 임종윤·종훈 형제가 28일 경기 화성시 라비돌 호텔에서 열린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정기 주주총회가 끝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미사이언스 임종윤·종훈 형제가 28일 경기 화성시 라비돌 호텔에서 열린 한미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정기 주주총회가 끝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SG경제신문=박가영 기자] 한미약품그룹 창업주 가족 간 경영권 분쟁이 형제 측의 완승으로 일단락됐다. 한미사이언스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이 OCI그룹과 통합을 반대하는 형제측에 몰표를 몰아준 결과로 보인다. 

28일 경기 화성시 라비돌 호텔에서 개최된 한미그룹의 지주사 한미사이언스의 제51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임종윤·종훈 형제 측의 손을 들어주며 형제 측이 추천한 이사진 5명이 신규 선임됐다. 이로써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 절차는 무산됐다. 

이날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 상정된 주요 안건은 ▲재무제표 승인의 건 ▲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이다.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 계획 발표 이후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의 장·차남 임종윤·종훈 형제가 이에 반대하며 고 임성기 회장의 배우자와 장녀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및 임주현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여왔다.

이번 주총에서 형제 측은 자신들을 포함한 5명을 새로운 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모녀 측은 임주현 사장과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 등 6명의 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신규 선임된 이사는 형제 측이 추천한 임종윤·임종훈 사장과 권규찬 디엑스앤브이엑스 대표이사, 배보경 고려대 경영대 교수, 사봉관 변호사 등이다.

형제 측이 주총 표대결에서 승리함에 따라, 한미사이언스 이사진 9명 가운데 통합에 반대하는 인사가 5명으로 과반을 차지하게 됐다.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 절차는 백지화됐다.

한미약품그룹의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를 장악하게 된 임종훈 사장은 대표이사로 취임해, 여동생인 임주현 부회장을 해임하고 한미약품그룹 경영진을 새로 구성하고 독자적인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주총은 위임장 집계에 시간이 소요돼 예정 시간인 9시보다 3시간 이상 늦게 시작했다.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은 불참했다. 또한 내부 시스템 오류로 표결 집계 과정이 예상보다 길어지며 일부 주주들은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소액주주와 직원들이 가른 승부 

표 대결에서는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창업주 가문의 임종훈 사장 사촌들들 "한미약품그룹의  간판을 내릴 수 없다"며 형제측에 표를 몰라준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약품그룹 직원들도 사내 소통망 등을 통해 형제측 입장을 동조하는 여론을 형성했다.

모녀 측은 자신들과 임 사장 직계가족, 송 회장이 설립한 가현문화재단 등 특별관계자 지분을 합친 지분 35%에 한미사우회의 약 0.33% 지분과 국민연금 7.66% 지분을 더해 약 43% 정도 우호 지분을 확보한 상태였다. 

형제 측의 지분은 자신들과 자녀 등 특별관계자 지분을 합친 28.42%에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지분 12.15%를 더해 40.2% 정도였다.

주총에서 임종윤·종훈 형제는 최종 52% 내외 찬성표를 얻었으며, 권규찬 디엑스앤브이엑스 대표이사와 배보경 고려대 경영대 교수도 각각 51.8%의 찬성표를 얻었다. 사봉관 변호사는 찬성표 52.2%를 얻었다.  

반면 임주현 부회장과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은 둘 다 찬성표가 48%로, 과반에 미달해 선임되지 못했으며, 다른 후보들인 최인영 한미약품 R&D센터장, 김하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 서정모 모나스랩 대표이사, 박경진 명지대 경영대 교수도 과반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양측이 확보한 지분 차이가 3% 정도로, 이날 주총 의결에 참여한 소액주주들의 지분 4.5%가 승패를 가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소액주주들의 표심이 ▲전례 없던 이종 기업간 통합에 대한 불안감과 OCI그룹의 경영능력에 대한 불신 ▲송 회장 경영 시기에 하락한 주가에 대한 불만 등으로 형제측에 쏠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를 반영해 이날 형제측이 승리하자 한미약품그룹 관련 주식의 주가가 10% 안팎 급등했다.

한미약품그룹 관련 주가 급등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이날 주총 표결이 전해지면서 9.1% 뛰었고, 임종윤 사장이 소유하고 있는 DXVX의 주가도 19.50% 급등했다.  

그래프=네이버증권
그래프=네이버증권

 

관련기사

저작권자 © ESG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